제 15 송
依止根本識 五識隨緣現
의지근본식 오식수연현
惑俱惑不俱 如濤波依水
혹구혹부구 여도파의수
근본식을 의지하여 오식(五識)이 인연 따라 현기(現起), 즉 현재 일어나는데,
[오식(五識)이] 모두 함께 작용하기도 하고,
모두 함께 작용하지 않기도 한다.
이는 마치 파도가 물을 의지하여 일어나는 것과 같다.
근본식(根本識)이란 제8 아뢰야식을 의미하는데
그 중에서도 아뢰야식에 저장된 과거의 경험으로 심어진 종자,
즉 업력(業力)에 의지한다.
오식(五識)은 전 오식(前五識)이라고도 하는데,
안식(眼識)이 제1식,
이식(耳識)이 제2식,
비식(鼻識)이 제3식,
설식(舌識)이 제4식,
신식(身識)이 제5식인데
그들을 총칭하여 오식(五識) 혹은 전 오식이라 한다.
육식(六識) 중에서
제6 의식(意識)을 뺀 다섯 가지 몸의 기관이 외부와 접촉할 때
그들을 인식하고 분별하는 작용을 하는데,
이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전 오식이 근본식,
즉 제8 아뢰야식에 저장된 업식에 의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물을 전 오식이 접촉하고
제6 의식이 인식하고 분별하는 작용을 하지만
이 작용이 제8 아뢰야식에 저장된 과거 경험의 종자들에 의지하여 일어남으로
인식의 대상이 있는 그대로 인식되어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인식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라는 뜻이다.
수연현(隨緣現)은
인(因)이 연(緣)과 접촉함에 따라 그 대상을 인식하고 느끼는 감각이 결과로
현재 일어난다는 말인데,
이 때 인(因)은 전 오식과 제6 의식인데,
전 오식과 제6 의식은 제8 아뢰야식에 의지하여 작용함으로
인(因)의 근본은 아뢰야식에 저장된 업력(業力)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 오식과 제6 의식의 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제6 의식이 대상을 인식하고 좋고 나쁘다는 감정을 일으키기까지에는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오관(五官)의 감각작용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즉 오관 각각의 건강상태, 작용하는 힘, 분별하는 분별력, 뇌의 정상적인 기능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는 이들의 건강상태에서 오는 영향이다.
연(緣)은 오관(五官)이 접촉하는 대상인데,
이 대상은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의 다섯 가지 경계이지만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의 조건, 빛, 온도, 습도(濕度) 등
그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조건들도 연에 포함된다.
수연현(隨緣現)의 현(現)은 현재 일어난다는 현기(現起)의 준말인데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등 오식(五識)이
안이비설신이 색성향미촉과 접촉될 때,
접촉된 결과로 이들을 의식하고 감별하는 기능이 작용하는데,
이 기능은 오직 현재만 할 수 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현재 식별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지금 식별하는 것도 아니다.
수연현은 연을 접촉함에 따라,
그 결과로 느끼는 인식이나 감정이 오직 현재 일어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 작용은 말나식의 염정(染淨)의 정도와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들의 업력에 따라
그 대상을 접촉할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한 꽃을 내 눈으로 보고 꽃이라고 인식하고, 붉다 희다고 느끼는 감정도
제7 말나식과 제8 아뢰야식에 저장된 과거의 경험에 영향을 받고,
눈귀코혀몸, 그리고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 건강 상태 등의 조건에 영향을 받으며,
그 꽃이 존재하는 공간의 조건에 영향을 받아 그 꽃에 대해
현재 제6 의식이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수연현(隨緣現)은
인(因)이 연(緣)을 따른 결과로 감정이 이 순간에 일어난다는 말인데,
그 뜻은 인(因)이 원인이 되고 연(緣)이 조건이 되어
이 찰나에 어떤 결과가 일어난다는 가르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을 같이 하다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
서로 상대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원망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수연현(隨緣現)의 가르침에 의하면
내가 원인이 되고 상대가 연이 되었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방이 인이고 내가 연이 되는 것이니
인(因)이 되는 양쪽에서 각자 자기의 성품,
즉 제8 아뢰야식에 저장된 업을 찾아 소멸함으로서
자기의 성품이 원만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 오식은 오직 현재의 대상만을 분별대상으로 할 수 있지
과거나 미래의 대상을 분별대상으로 할 수 없다.
전 오식은 추론이나 인식 등의 작용이 없고,
추론이나 인식작용은 제6 의식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전 오식은 항상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 대상이 나타날 때만 작용하게 됨으로 일시적인 중단됨이 있다.
혹구혹불구(惑俱惑不俱) :
전 오식이 색깔, 형태, 소리, 냄세, 맛, 촉감 등을
모두 함께 느끼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함께 느끼기도 하며,
각기 느끼기도 한다는 말씀이다.
식당에서 서브하는 음식에는 다섯 가지 감각식이 모두 함께 작용하는 예이고,
분위기에 상관없이 듣는 소리는 이식(耳識)이 개별적으로 듣는 예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조건에 의지하여 작용한다.
여파도의수(如濤波依水) :
이는 마치 파도가 물에 의지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고 있다.
물은 스스로 움직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緣)에 따라 움직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바람, 월력(月力), 인력(引力), 기온, 습도, 지형 등
다양한 조건에 의지해 물결을 일으키고,
또 그 물결의 높이와 모양도 그들의 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와 같이 전 오식의 감각 작용도
제8 아뢰야식에 저장된 수많은 업력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설명했듯이 전 오식에 따르는 수많은 조건들의 영향을 받아
전 오식이 그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결정된다는 말씀이다.
마치 수많은 모양과 힘이 다른 물결이나 파도가 일어나듯이.
3 가지 능변식의 차이는
① 저장식(아뢰야식)은 자기 내부에 있는 것을 대상으로 삼고,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작용한다.
② 말나식은 저장식을 의지하여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작용한다.
③ 전 오식은 감각기관, 대상, 의식(意識),
세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해서 일어나므로 대상이 없을 때는 작용이 끊긴다.
④ 제6 의식(意識)에 대해서는 다음 16송에서 설명된다.
전 오식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무수한 조건들에 의해
사물을 인식하고 분별하게 되므로
우리의 의식은 결코 사물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게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