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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공부

유식30송 제 6 송 말라식의 심소

四煩惱常俱 謂我痴我見 사번뇌상구 위아치아견

幷我慢我愛 及與觸等俱 병아만아애 급여촉등구

제 6 송

四煩惱常俱 謂我痴我見

번뇌상구 위아치아견

幷我慢我愛 及與觸等俱

병아만아애 급여촉등구

[제7식은] 4번뇌(四煩惱)를 항상 함께 하고 있으니 말하자면

아치(我痴)·아견(我見)·아만(我慢)·아애(我愛)이다.

그리고 촉(觸) 등에도 모두 함께 영향을 미친다.


위 제5송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말나식은

아뢰야식에 의지하여 아뢰야식에 저장된 색(色)을 ‘나’라고 생각하여

그 ‘나’를 남으로부터 보호하고,

또 그 나를 남보다 잘나게 보이고 싶고,

남에게 그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고,

영원히 그 ‘나’를 유지하고 싶은 충동이 항상 작용한다.


그리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 불안해하고,

남으로부터 침해를 받아 존재에 위험이 있다고 느낄 때,

공포(恐怖)로 떨게 하여

제6식이 그에 대치하고자 하는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그러한 불안한 사정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경계하고,

남보다 안전하고 좋은 위치를 먼저 독점하고자

제8 아뢰야식에 저장된 모든 정보에 반연하여 온갖 사량(思量)을 다하고,

사량된 것을 제6 의식에 전달하여,

그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하고,

그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실행하도록 한다.  


이러한 제7 말나식의 행을 사번뇌(四煩惱)와 촉(觸) 등으로 나누었다.


사번뇌(四煩惱)는 아치(我痴)·아견(我見)·아만(我慢)·아애(我愛)라고 하고

촉등구(觸等俱)라고 했다.


아치(我癡),

내가 어리석다고 한 것은 제8 아뢰야식에

불생불멸하는 나도 있고 생멸하는 나도 있다.

불생불멸하는 나는 항상 평온하게 변함없이 있는 나인데 이를 알지 못하고,

수많은 겁 동안 쌓여져온 경험으로 이루어진 생멸하는 업(業)의 색(色)이

‘나’라고 착각하여 업의 색에만 집착하니 어리석다고 하여 아치(我癡)라고 했다.


그리고 생멸하는 ‘나’는 무엇에 연하여 생하는 것이고,

그 연이 다하면 멸하는 것이니,

‘나’는 무엇과 연하여야만 존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혼자 독존(獨存)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남에게 해가 되는지 이익이 되는지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거나,

자기만 잘살면 된다는 식이나,

자기가 남보다 잘났다는 생각이나,

남을 지배하려는 생각 등이

모두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여 아치라고 한다.


이 송에서 말나식의 작용을

아치, 아견, 아만, 아애, 그리고 촉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아치(我癡)를 세분(細分)한 것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명(無明)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아견(我見)

말나식이 아뢰야식에 저장된 업(業) 덩이에 반연하고

사량(思量)해 심상(心相)을 만드는데

그 심상을 자기가 만든 것인 줄 알지 못하고,

그에 비춰지는 ‘나’를 확고한 나, 영원불변하는 나, 진실로 존재하는 나,

남과 다른 나, 남보다 우월한 나라고 보는 견해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이기에 사람마다 생각하는 ‘나’가 다를 수밖에 없고,

말나식이 강할수록 강한 아견(我見)이 만들어진다.

아견이 강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약하여 화합(和合)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고,

함께 같이 일하기 어려운 성격의 소유자가 된다.


항상 잘된 일은 자기가 했다는 것을 나타내야만하고,

못된 일은 자기가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야만 하는 견해인데,

사정이 그렇지 못할 때는 불만과 분노가 대단해 화합이 깨지게 된다.  


불교에서는 이 아견을 ‘가짜 나’라고 하여 가아(假我)라고 하고

참된 내가 아니라고 하여 이 아견을 소멸시키기 위한 수행을 하게 한다.

그러나 서양철학에서는 이 말나식에 의한 사람의 심성(心性)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보고 정립시킨 철학이라

개인주의(個人主義)와 개인의 인권(人權),

그리고 개인 이기주의를 중요시하는 정치사회를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개인이기주의의 극단은

자식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친부모를 죽이는 일,

자기감정을 이기지 못해 동료를 총살하는 일,

자기감정의 불만 해결을 위해 자녀를 두고도 이혼하는 일,

집단이기주의자들이

전쟁을 좋아하는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개인 이기주의는

아견(我見)에서 파생하는 것으로 불교적 사상은 아니나,

아견(我見)에서도 예지(叡智)를 개발할 수 있으므로

산업 및 사회발전을 기하여 왔다.


그러나 이 예지는 총명(聰明)에서 비롯된 것이고,

불교에서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일체 업장을 소멸하여

아견을 없앰으로서 얻어지는 지혜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예지는 자기의 이기심을 만족시키기기 위한 총명이고,

지혜는 공동체의 고난을 함께하고 이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한 방편이다.


아만(我慢)이란 위 아견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제8 아뢰야식에 저장된 업식(業識)에 말나식이 의지하고 사량해 만든

심상(心相)에 비춰진 나를 보고 착각하여 ‘인식된 나’를 아견이라 하고,

이 나가 그 심상에 비춰진 세계가 진짜이고 모두라고 착각하여,

자기만이 세상일을 모두 다 안다고 자신만만하여 남을 경시하고,

남의 허물은 볼 줄 알아도 자기의 허물을 볼 줄 모르며,

자기가 아는 세계가 얼마나 좁은 세계인지,

자기가 모르는 세계가 얼마나 많고 넓은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태도이고,

자기의 욕망을 취하기 위해 남을 가볍게 여기고,

착취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그러고도 남이 자기를 위대하다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불교에서는 아만을 가진 사람은 결국 자기를 남과 결별시켜 외롭게 하고,

자기가 만든 좁은 세계 안에 자기를 구속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원인이 되고,

또 연기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재앙을 초래하게 되는 심상으로 본다.


이러한 심상을 소멸하게 하기 위해, 아공(我空), 하심(下心) 등의 법문을 한다.



아애(我愛)도 위에서 설명한 아견(我見)에서 나오는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니,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랑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이기적(利己的)인 사랑이다.


주변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물건이나 사람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택하고 취하며,

언제라도 싫어질 때는 버리는 사랑이고,

그 사랑이 만족되었을 때 또 다른 사랑을 원하는 사랑이고,

그 사랑이 성취되지 않을 때 분노가 극에 달한다.


남의 빚을 내서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사야하는 마음,

자기 분수에 넘치게 좋은 집, 좋은 동내를 찾는 마음 등도 아애심이다.

아애란 이러한 사랑이니 자연적으로 남의 원한을 사는 원인이 되는 사랑이고

그 과보를 받게 될 사랑이므로

불교에서는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행하여

적적(寂寂) 요요(遙遙)히 고요하게 하라고 했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말나식이 일으키는 이상 네 가지 번뇌를 근본번뇌라 하고,

이 근본번뇌에서 파생되는 번뇌를

지말번뇌 혹은 수번뇌라고도 하는데 이를 촉등구(觸等俱)라고 했다.


촉등구(觸等俱)라고 하는 것은

촉(觸)·작의(作意)·수(受)·상(想)·사(思) 중 촉(觸)을 들어 촉 등이라 하고,

여타 수번뇌를 포함하기 위해 구(俱)를 가하여 촉등구(觸等俱)라고 했다.


촉(觸)·작의(作意)·수(受)·상(想)·사(思) 는 제6식과 7식의 작용인데,

제8 아뢰야식에 반연하여 일어나고,

아뢰야식은 이 작용들의 심소(心所)가 되므로

아뢰야식을 오변행심소(五遍行心所)라 한다고 했다.

이와 같으므로 오변행(五遍行)도

제8 아뢰야식의 업식(業識)에 따라

제7 말나식이 일으키는 사번뇌(四煩惱)에서 파생하여 작용한다.


오변행심소에 대하여는 제3송에서 설명한 바 있고,

여타 수번뇌에 대하여는 아래 게송에서 설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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