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북한에서 주민들에 대한 사법기관들의 고문만행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지방 사법기관들을 감시하는 중앙 지도원들을 수시로 교체하고 있어 간부들이 뇌물을 받고 범죄를 눈감아줄 형편도 못 된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소재지 혜산시를 휩쓸고 있는 ‘혜탄동 사건’으로 국가안전보위부에 체포된 주민들만 벌써 5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국경연선에 사는 주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혜탄동 사건’은 올해 10월, 양강도 혜산시 혜탄동 47반에 살고 있던 김씨 성의 여성이 체포되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남편 사망 후 홀로 남겨진 김씨 여인은 밀수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한국에 정착해 사는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보내는 돈을 중개해주고 일정한 수수료를 챙기는 ‘프로 돈’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국가보위부가 파놓은 함정을 빗겨가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10월 국가보위부의 함정단속으로 체포된 김씨 여성이 “보위부의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자백했다”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자백을 받아낸 국가보위부는 김씨 여성과 함께 밀수를 하던 일행과 밀수품들을 제공하거나 유통시켜 온 주민들, 김씨 여성이 돈을 전달해준 탈북자 가족들과 ‘프로 돈’에 관계된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혜탄동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체포된 여성은 40대 중반으로 미모를 갖춘 여성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족들도 혜산시에서 꽤나 힘있는 사람들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힘있는 가족들도 김씨 여성을 빼내지 못했다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북한이 지방의 당, 사법기관들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하는 중앙담당 지도원들을 시도 때도 없이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기존에는 보통 5년~3년 주기로 담당지도원들을 교체해 그 사이 인맥을 쌓은 간부들이 뇌물로 통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담당지도원들의 교체 주기가 한 달, 지어 보름에 한 번씩이어서 인맥관계를 맺을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소식통들은 “체포된 주민들로부터 계속 자백을 받아내면서 사건이 언제 끝날지 파악조차 어렵다”며 “수시로 교체되는 담당 지도원들이 단 기간 내에 실적을 올리려 들면서 이젠 뇌물도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출처 조갑제 닷컴 김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