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의 17일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서단(緖端)을 연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한 경찰 조사가 1주일 만에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거듭된 출석 요구에 일절 응답하지 않던 김 의원의 사건 이후 첫 등장도 경찰을 조롱하고 법치를 희화화하는 듯 보인다.출석요구서에 적시된 24일 오전 10시를 17시간 가까이 앞둔 23일 오후 5시15분쯤 예고없이 출석한 것부터 상식 밖이다. 더욱이 경찰이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피의자 신분 전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역습하듯 출석하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기 위해 일찍 왔다”고 한 말은 궤변에 가깝게 들린다.
김 의원도 출석 직후 성명을 통해 “국민과 유가족, 대리기사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현장에서의 반말, 직분을 활용해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목격자 진술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24일 미명 1시쯤 귀가하기까지의 8시간 조사에서도 질문 대부분에 대해 ‘기억이 없다’거나 ‘목격하지 못했다’ 또는 ‘못 들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다. 그러나 김 의원 측과 대리기사 간의 첫 언쟁이 물리적 폭행으로 이어지면서 말리는 시민까지 폭행당한 사실, 현장을 벗어나려는 김 의원을 주위 시민들이 제지한 정황, 김 의원이 현장 경찰관에게 명함을 보여주며 “지구대 말고 형사계로 가라”고 한 대목 등은 참고인 수위를 넘어 형법 제31, 32조의 교사범·방조범 구성요건까지 짚어보게 한다.
문제는 사건 직후 가해자 측은 제쳐놓고 피해자 측만 조사해 처음부터 균형감각을 잃은 경찰의 타성(惰性)이 걱정스럽다는 점이다. 또 김 의원이 ‘경찰의 상전(上典)’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이어서 공범(共犯) 의혹을 제대로 가릴 수 있을지도 적잖이 의문이다. 김 의원과 새정치연합이 국회법 제48조 절차를 좇아 정의화 의장에게 개선(改選)을 요청해야 그나마 옳을 일이다.
경찰은 오직 진실과 법을 쳐다봐야 한다. 국민의 심중에 형성된 심증을 혹시라도 가벼이 여기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