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가장 먼저 꼽히는 도시가 싱가포르와 홍콩이다.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무역도시이다. 1인당 소득이 싱가포르는
5만3000달러, 홍콩은 3만9000달러이다.
제주도가 법을 만들어 이들을 능가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지금 제주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제주가 국제자유무역도시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가?
도시는
창조와 혁신의 집합소이다. 국제도시라면 개방과 다양성을 토대로 글로벌 기업과 인재에게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는 세계적 관광 자원과 쾌적한 생활 환경을 갖추고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0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주
이전을 추진했다. 인터넷 기업이니 지리적 제약을 넘어 사업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젊은 청년과 학부모인 직원들은 제주
근무를 반기지 않았고, 2012년 본사 이전 후에도 인재 확보가 문제였다. 제주 본사와 서울 사무소의 이원 체제로 운영하던 중 카카오와
통합하면서 제주 통합 사옥을 고려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고 직원 이탈 가능성이 커 포기했다고 한다.
얼마 전 필자는 정부출연연구소
사업의 자문에 응할 기회가 있었다. 수백억원은 되리라 생각했던 R&D 투자비가 100억원 정도였다. 왜 사업비가 적은지 물었더니 제주
분원에서 제대로 연구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연구원들이 제주 근무를 싫어해 줄였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재가 외면하는 국제도시는
미래가 뻔한 것이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낸다"는 옛말이 있지만 문제는 21세기에 접어든 지금도 제주가 인재들을 맞아들일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제주 가는 해저 고속열차, 일명 JTX 사업을 민간 투자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제주도는 '신공항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어떤 것이든 선택은 제주도의 몫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국제자유무역도시를 꿈꾼다면
도민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인재들의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국제자유무역도시가 되는 데 필수적인 하이테크 기업과
R&D 센터, 글로벌 회사 등에서 필요한 인재들이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사는 것을 기피하는 현실에서 서울~제주 간 고속열차 운행과
신공항 건설 중 어떤 것이 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제주도는 면적은 싱가포르와 홍콩보다 2~3배 넓지만
인구(59만명)는 싱가포르(520만명), 홍콩(700만명)에 비해 매우 적다. 이 정도 인구로는 국제자유무역도시에 필요한 인재를 제공하는 데
부족함이 많다. 창조적 인재들이 모여들게 할 뿐 아니라 관광·물류 등 비즈니스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도 제주도민은 민간기업의 고속열차 운행에 대한
논의에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교통의 편리성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가 글로벌 기업과 인재를
육성하고, 창조와 혁신의 집합소가 되어 젊은이들이 제주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 하고, 제주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때는 언제 올
것인가. '차는 서울로 보내고, 사람은 제주로 보내는' 그런 시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