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민대책위원회'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유족이 여야의 특별법 합의를 거부한 것을 지지한다"면서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 싸우기
위해 지도부 20여명이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제부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청와대를 향한 시민행동을 조직,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이 단체에는 한·미(韓美) FTA 반대 시위, 광우병 촛불 시위, 지난 대선 불복 촛불 집회의
단골 주동·출연자들이 모여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이날로 3일째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단식 농성을
벌였다. 문 의원이 대표하는 새정치연합 내 친노(親盧) 세력은 시민 단체 출신 의원들과 뭉쳐 여야 합의를 깨뜨리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정의당,
통합진보당 사람들도 단체로 유가족 단식 농성에 동참하며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좌파 교육감 10여 명은 며칠 전 단체로 세 끼 동조 단식을
했었다. 연예인들 사이에선 '세월호 유가족 지지'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할 조짐이다. 대부분 정치적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등장하던
이들이다.
세월호 사고를 비통하게 여기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지역, 세대, 이념 성향을 떠나 국민 누구나 정부와
정치권이 사고의 원인과 과정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그런 참극(慘劇)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
주변에 병풍을 치고 있는 세력과 정치인들이 이런 순수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건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의 머릿속에는
세월호를 빌미로 제2의 광우병 사태를 일으킬 방법이 없을까 하는 궁리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정치인이 여기에 발을 들여놓고 일이 되는 쪽이
아니라 안 되는 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장외(場外) 강경 세력을 등에 업고 이참에 정치적 세(勢)를 늘려보겠다는 계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고 나면 나중에는 유가족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도 하지 않고 돌아설 사람들이다. 국민은 그 속을
뻔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세월호 문제는 정치싸움과 한풀이로 변질된다. 유가족과 국민 사이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세월호 문제라면 고개를 돌려버리고 있다. 7·30 재·보선에서 민심이 여당이 아니라 야당을
심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세월호 때문에 많은 사람의 생계가 걸려있는 민생 법안들이 전부 볼모로 잡혀 있다. 다수 국민의 인내도 어쩔 수 없이
고갈돼 가고 있다. 유가족 주변의 직업 시위꾼들이 차츰 고립되면 이들이 앞으로 어떤 행동으로 나설지도 알 수 없다. 누구보다 유가족들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