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지난해 11월 불법영상물 유포자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자신의 여동생을 죽음에로 내몬 자강도 강계시 보위부의 한 전직 간부가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해 현지 주민들의 동정을 사고 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1월 8일 북한 전역에서 단행된 불법영상물 유포자들의 처형사건은 “사법기관에 대한 정권의 배신행위”로 북한 주민들은 물론 사법간부들에게도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고 복수의 내부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당시 ‘109상무’에 소속돼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자강도 강계시의 보위부 간부가 자책감을 이기지 못해 1월 말 경에 자살을 선택하면서 현지 주민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강계시 보위부 반탐과에서 책임지도원으로 있던 이 간부는 지난해 ‘109상무’에 소속돼 불법영상물 유포자들을 색출하는 데 동원됐다고 최근 연락이 닿은 자강도의 한 소식통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자신의 여동생이 불법영상물 유포혐의로 검거되자 그는 서둘러 사건을 무마하고 동생을 검거대상에서 빼돌렸다”고 소식통은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중앙상무(109상무 중앙위)’에서 민간에 나돌고 있는 불법영상물 목록을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때 그는 동생이 유포한 불법영상물인 미국영화 ‘태양의 눈물’을 그대로 목록에 올려 보고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11월 7일, 북한 당국은 한국영화 ‘크로싱’과 ‘실미도’, 그리고 미국영화 ‘태양의 눈물’을 비롯한 모두 다섯 편의 영화유포자들을 처형할 데 대해 지시하면서 처형시간도 다음 날인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로 지정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미처 손쓸 시간이 없었던 그는 여동생이 처형당하는 걸 지켜봐야만 했고, 동생의 처형으로 결국 시 보위부에서도 해임되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처형으로 지금까지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얼마 전 비극적인 자살을 선택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 또 다른 자강도의 소식통은 “애초 ‘중앙상무’에서 불법영상물 목록만 요구했을 뿐 유포자들의 명단은 요구하지 않았다”며 “예전에도 불법영상물 검열은 많았지만 공개처형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은 드물었다”고 말했습니다.
목록만 요구했기 때문에 ‘109상무’ 관계자들도 중앙에서 불법영상물 유포실태를 조사하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자살한 전직 보위원도 그렇게 생각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 같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처형된 사람들의 가족들과 친척들 중엔 ‘109상무’ 검열성원들과 인적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 모두가 본의 아니게 원수가 되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당국의 가혹한 처사를 비난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