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사들께.
채동욱 검찰총장 婚外 자녀 의혹문제가 불거졌을 때 얼마나 가슴 졸이며 사건의 추이를 지켜봤을지 짐작이 간다. 또 얼마나 허탈해 했을지…
검찰총장이 公的 문제가 아닌 개인 신상문제로 시달리다 끝내 사퇴하게 된 것은 참으로 불행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검사가 된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가문과 출신 학교, 출신 고장의 자랑이요 영광이며 명예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私的으로는 신분 상승과 장래가 보장되는 탄탄대로가 열리기도 한다. 그래서 검사들은 그 명예와 영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검사가 되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도서관에서, 山寺(산사)에서 고시원에서 머리를 싸매고 六法典書(육법전서)와 씨름하고 있다.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영광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희열 그 자체일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순간의 잘못으로 인해 개인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가 汚名(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단 것이다. 채동욱 총장이 가장 좋은 예가 아니겠는가. 채 총장 외에도 검찰 조직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던 사례를 숱하게 보아왔을 것이다.
이번의 채동욱 사건 역시 公人의 윤리문제라는 점에서 그냥 덮어둘 수 없는 사안이었다. 많은 검사들이 채 총장이 유전자 감식을 포함한 모든 사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시켜 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을 것이다. 의혹이 채 해결되기도 전에 서부지검과 북부지검 평검사들이 검찰의 독립을 부르짖으며 抗命(항명)에 나섰다. 大檢(대검) 감찰부서 관계자도 법무부 장관의 감찰권 발동을 비판했다.
이 같은 ‘조직 이기주의적’ 입장을 피력하기 전에 婚外(혼외) 자식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총장에게 명확한 입장을 밝히도록 촉구하는 게 먼저였을 것이다. 그래서 대검 감찰 1과장 김 모 검사의 장관의 감찰권 발동 비판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사실 장관의 감찰권 발동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직무상 瑕疵(하자)에 대해서만 감찰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검찰 首長(수장)으로서 令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權威(권위)가 땅에 떨어졌는데 이 만한 직무상 문제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런 미묘한 시점에서 장관의 고유 권한에 시비를 건 것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감찰 부서의 책임자가 할 만한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채 총장은 사퇴의 辯(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했지만 公조직인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개인사를 대응케 한 것은 어떻게 변명할 수 있는가? 김 모 검사는 그런 채 총장의 처신에 대해 문제 제기할 생각은 없는가?
검찰은 전반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많은 업적을 남겨왔다. 하지만 ‘권력의 侍女(시녀)’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스폰서 등 각종 瀆職(독직)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검찰은 권력의 시녀가 돼서도 안되고 스폰서의 유혹에 빠져서도 안된다. 어느 정파나 특정 개인의 하수인이 돼서도 안 된다(물론 정치인들이 검찰에 外壓을 넣어서도 안 된다). 검찰이 대한민국의 法治와 질서를 수호하는데 앞장서 다시금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주길 당부한다
조갑제 닷컴/문무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