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2012-11-19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 버마를 방문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북한 지도부가 핵을 버리고 평화와 번영의 길을 선택하면 버마의 사례와 같이 미국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버마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양곤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 지도부도 버마의 사례를 따르라고 촉구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저는 북한 지도부에 선택의 기회를 줘 왔습니다. 핵무기를 버리고 평화와 진전의 길을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미국이 내민 도움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To the leadership of North Korea, I've offered a choice: let go of your nuclear weapons, and choose the path of peace and progress. If you do, you'll find an extended hand from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당시, 공포 정치를 하는 국가들에 ‘당신이 주먹을 펴면 우리가 손을 내밀겠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오늘 나는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버마가 다른 아시아 국가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으며 독재 국가라도 “과거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미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민주화와 개혁에 나서면 미국이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버마가 ‘극적인 변화’의 시기에 있다면서 미국이 버마의 민주화와 경제 개발을 돕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미국은 버마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고 버마가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경제 재건을 도울 것입니다.
외신들은 미국이 실제 버마의 개혁과 민주화 진척 정도에 따라 2013 회계연도까지 1억7천만 달러 상당의 지원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테인 세인 버마 대통령과 버마의 민주화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도 만나 버마의 개혁 조치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버마가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를 단절할 것도 압박했습니다.
북한과 버마는 긴밀한 군사, 외교적 관계를 맺어왔고 과거 군사정권 시절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버마 측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하루 앞선 지난 18일 핵 의심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전격 수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버마 당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정치범들도 계속 석방하고 있습니다. 최소 44명의 민주화 운동가를 포함한 정치범들이 19일 석방됐고 지난 15일에도 버마 당국은 양심수 450여명을 사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버마의 민주화와 개혁 움직임이 오바마 1기 행정부가 추진한 ‘대화외교’의 성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과 이란에도 핵개발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대화 노선으로 변경하도록 촉구함과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버마 방문은 버마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