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차기 미국 정부의 임기 4년 내에 북한에서 큰 문제(big issue)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급변사태 등에 대비해 미국과 중국의 차기 정부가 관련 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부시 행정부 당시 북핵 6자회담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는 1일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앞으로 수년 내 북한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긴밀한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앞으로 4년 내에 북한에서 큰 사건(big issue)이 일어난다 해도 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논의의 질(quality)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미국이 한국과 함께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만든 ‘작전계획5029’의 일부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은 중국 측과 마주 앉아 북한에 어떤 종류라도 이변(convulsion)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중국 측에 명확히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해 미국은 미군을 한반도 38선 이북에 주둔시키는 데 관심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점을 중국에 설명하는 등 미국이 한반도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해(strategic profile)를 침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자신은 물론이고 현재 미국 국무부의 커트 캠벨 차관보도 중국 측과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앞으로 두 나라가 진정한 대화(real conversation)를 나누고 또 중국이 실제로 이 대화에 반응할 수 있을 정도까지 관련 논의를 보다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날 함께 좌담회에 참석한 미국 국무부의 윈스턴 로드 전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북한의 붕괴 시 미군과 중국군의 한반도 진주와 대규모 난민 발생, 또 고삐 풀린(loose) 핵무기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은 상호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red line), 즉 금지선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 국무부의 리처드 솔로몬 전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이날 좌담회에서 미국이 중국 내 불안정과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적절히 준비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3명의 전직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함께 좌담회에 나선 커트 캠벨 현 차관보는 최근 미국의 대북한 외교의 특징은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커트 캠벨 차관보: 지금은 중국의 지도부 교체와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 또 일본의 권력 변화 등이 동시에 벌어지는 전례가 없고 매우 중요한(exciting and challenging) 시기입니다. 미국의 차기 정부는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 측과 신속히 협의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할 준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캠벨 차관보는 미국은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과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협력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대북정책을 이끌어 가기보다는 이들 나라들이 함께 최상의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