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후보들의 미래 비전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 대불총 상임고문)
지난 주 10월 24일 조선일보 칼럼은 독자들의 공감을 많이 얻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칼럼의 요지를 다시 되새겨보며 본 필자의 생각과 소망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칼럼리스트 박두식 씨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가 지금처럼 높았던 적이 없었다. 얼마 전 어느 국제적 행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나란히 단상에 오르자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한국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조크를 던졌다고 한다. 어느 국제회의에 가도 모두 한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국을 가볍게 대하는 나라는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요즘 대선주자들의 언행을 보면 과연 이들이 달라진 한국의 지위에 걸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이들이 말하고 다니는 내용은 거의가 좋지 못한 과거지사를 가지고 입씨름 하려는 것뿐이다. 세계의 중심에 선 한국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내용이 없다. 앞으로의 5년이 국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절이 될 것임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누구 하나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 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다보니 다음 5년이 그동안의 성취를 까먹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매우 염려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칼럼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 미래 비전을 말한다면 모두가 한국의 경제가 더 좋아지며 국민들이 보다 많은 복지를 누리게 되어야 한다. 남북관계가 개선됨으로 인하여 통일과업에서 전진이 있어야겠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어떻게 정치인들의 바람이나 언약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이러한 바람을 가로 막을 장애요인을 여실하게 예상하면서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겠다.
필자는 각 정당이 경제성장문제나 복지문제에 대하여 어떠한 복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그 청사진에 접하지 못했다. 그러나 안보통일정책에 대해서는 김대중・노무현정권 때 일구어낸 6・15선언이나 10・4선언에 대하여 어떠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인지 짐작이 간다. 짐작컨대 새누리당이나 안철수 후보측은 무조건 북측 주장에 호응 찬성하고 들어갈 태도는 보이지 않을 것도 같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승계하려는 문재인 후보는 다른 두 후보들보다는 더 적극적인 호응과 지지의 입장에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시아공동체 문제에 대한 박근혜・안철수 두 후보의 발언을 검토해 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10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3국 국제포럼에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신뢰외교라는 외교안보정책을 발표하였다. 신문에 의하면 2010년 한중일 3국정상이 합의한 3국협력 비전 2020과 다양한 이행기구가 평화협력구상의 유용한 토대이다. 3국간 경제의존도가 최고수준에 달하고 있는 현재 역사와 영토갈등, 군비경쟁, 핵위협, 신뢰부족으로 큰 진통을 격고 있음은 유감스럽다. 이러한 ‘아시아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서 大和解, 책임 있는 동북아 트로이카 협력의 3단계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화해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은 ‘올바른 역사인식‘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과거를 잊은 자,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말’로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였다.
다음은 조선일보에 보도된 안철수 후보 발표에 대한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안 후보는 그의 동북아 구상을 밝히면서 ‘북방경제와 납북대화’를 강조하였다. 강하고 단단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는 한중일 협력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여기에는 동북아 평화의 꿈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육성, 지역격차 해소, 새로운 개방형 발전전략이 실려 있다. 북한은 남한인구의 노령화로 인한 생산력 감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다란 산물’이며 북방경제의 블루오션이다. 이러한 북방경제 구상은 동북아협력을 필요로 한다. 현재 경제적 문화적 교류는 활발하지만 과거의 역사적 앙금이 동북아 3국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유감이다.
이 국제포럼은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에 부설기구인 한중일3국협력 사무국과 조선일보, 중국의 인민일보, 그리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으로 개최되었다. 이 포럼의 발표나 토론요지는 조선일보에서만 보도되었는데 본인이 그 발표된 원고나 연설자료를 입수하지 못했으므로 조선일보의 요약과 기사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또 얼마나 성실하게 쓰여진 것인지 알지 못한다. 대선 일로 몹시 바쁜 박근혜 후보의 발표원고란 것도 어쩌면 사무국이나 언론사에서 준비한 것이 아닌지?
그래서인지 이 요약을 읽으면서 이 3국 협력회의를 개최한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 헷갈림을 발견하였다. 이 3국포럼의 개최목적이 무엇이냐? 한중일 3국의 협력을 더 강화하자는 것이냐? 아니면 일본의 位相을 상대적으로 더 깎아내리자는 것이냐? 일본의 참여와 기여가 간절하여 일본측의 적극적인 참가와 도움이 고맙다고 여겨졌다면 왜 그들이 늘 껄끄러워하는 문제, 곧 그들의 조상 또는 윗세대가 저질렀던 죄악 또는 과오를 계속 들먹이는가? 일본이 그 죄악을 즐기며 자랑스러워했던가?
세미나의 발표와 토론에서 연세대 문정인 교수가 또 일본의 반성 부족을 나무라는 발언을 하자 일본측 참석자인 외무성의 다나까 전 심의관은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제2차 대전이 끝난 지 67년이 지난 지금 언제까지 일본이 이런 저자세를 취하고 지내야 하는지 매우 고민스럽다. 외국인 참가자들을 서울까지 오게 해서 이런 물매질 대접을 하는 것이 동아시아공동체를 위하여 또 한중일의 화해 협력 단결을 강화하는 방법이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언론사 기자가 마구 써냈을 것으로 보아지는데 한국의 언론인들이어, 그리고 좌파 정치인들이여. 좀 더 깊어지고 더 따뜻해져 보시오.
여기서 필자가 어느 지하철역 벽에 걸린 문구를 인용해 보고자 한다. “…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리/…털려고 하면 먼지 없는 이 없고/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이 없으니/…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들의 말도 내 말처럼 하더라/…겸손은 사람들을 머물게 하고/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며/넓은 마음 사람을 따르게 하고/깊은 마음 사람을 감동케 하니/마음이 아름다운 자여/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大選후보들이 아시아태평양공동체 구상을
공약하고 실천함이 바람직하다
역대 대통령을 회고해 보자. 이승만은 반토막 나라나마 세우고 지켜냈다. 박정희와 전두환은 상업화에서 큰 공훈을 세웠다. 노태우는 권위주의정권을 민주화로 순조롭게 이행하는데 한 역할 했다. 김영삼은 세계화의 방향을 말하기 시작했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국제회의에서 아시아공동체를 거듭 제안했다. 이명박은 세계인의 눈을 한국으로 끌어들였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남북한을 통합하는 일이다. 둘째,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화해시킴으로써 하나로 아우르는 일이다. 남북한이 하나로 합쳐지려면 우선 좀 더 부유해져야만 한다. 다음 남북한도 그 주변국가나 양대세력의 화해가 없다면 통합되어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또한 지역, 인종, 종교의 대립을 넘어서는 평화공동체의 출현을 지향해야겠다. 이것이 국가간의 전쟁 위협을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니 말이다.
18세기 말 독일의 임마누엘 칸트는 유럽지역에서 국가간의 전쟁이 너무 자주 일어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참사가 자주 일어나는 현상을 우려하여 국가간의 전쟁을 없애며 영구평화를 이룩하는 방법으로서 국가를 초월한 국제기구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연구하였다. 이것은 人智(인지)가 발달함으로써 인간이성의 영역이 확대되어 일어나게 되는 현상이다. 세계정부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며 그런 구상으로 인하여 국제연합 UN기구도 출현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국제연합이 세계정부의 구실을 할 수 있으려면 요원한 시일을 요한다. 그러므로 그 중간단계로서 유럽연합(EU)나 중북미를 아우르는 NAFTA(북아메리카 자유무역협정)같은 지역기구가 출현한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동아시아공동체의 결성이 논의되어 왔지만 요즘은 아시아태평양공동체의 논의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로 지난 10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앞서 말한 한중일 3국 국제포럼이 개최된 것이었다.
2012년 한국 대통령선거의 후보자들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경우 아시아태평양공동체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며 추진할 것인지 자기 나름의 소신과 구상을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 모을 활동을 해야 한다. 요즘 한국국민의 상당수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복지 등의 공약에 접해 있지만 그런 얍삽한 약속에 속지 않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그런 현실을 모르고 국민선동만 계속하는 경우 그런 후보들의 落馬(낙마)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차제에 아시아태평양공동체 문제에 관하여 한마디 더 부연 설명코자 한다. 현재 외교통상부 하에서 활동하는 3국협력 사무국이 설치되어 있다. 이 3국협력 사무국은 2010년 일본정부의 제청에 의해서 설치되었다. 그러나 그 운영이 잘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현재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를 잘 관찰해 보시라. 중국은 오로지 그들의 패권강화를 도모하며 동아시아 각처에서 초강대국 행세를 하느라고 매우 바쁜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이 이처럼 覇權(패권)국가 행세를 하려는 상황에서 어떻게 동아시아공동체가 출현할 수가 있겠는가?
한국의 대선주자들 중에는 과거 李氏王朝가 淸나라 모시듯이 잘 모시며 잘 해 드리겠다는 후보자가 있을런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그런 지역공동체를 외면하려고 들 것인즉 이런 상황에서 평화공동체의 출현을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공동체는 그 지역공동체를 현존국가의 정부간 합의에 의해서 구성되기가 어려울 것을 예상하여 각국의 시민운동연합을 통해서 그 기초를 다져나갈 것을 제안해 왔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시아태평양공동체는 이 지역 패권국가의 수족이 되거나 그들에게 추종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중국이건 미국이건 패권국가 행세를 하려는 거동을 억제하거나 충고하면서 지역공동체 업무를 공정하게 운영해 나갈 의지와 능력의 소유자들이 이런 지역공동체의 설립과 운영에 앞장서야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2012년 대통령선거의 후보자들이 이런 취지에 찬동하며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것도 “한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시아태평양공동체 설립과 운영으로
얻어지는 한국의 정치이익
아태공동체를 설립함으로써 얻게 되는 정치적 이익을 다시 한 번 요약해 본다. (1) 남북통일을 앞당길 수가 있다. 왜냐? 남북한이 통일될 수가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남북한이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갖는 불신과 정치적 손해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동체가 형성되면 남북한은 인접국가나 이웃들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으로 믿기 때문에 상대방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자면 남한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으로 믿는다. 북한도 중국, 러시아, 기타 다른 공산국가들이 다 남한의 부당한 가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남북한이 피차에 크게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2) 아태공동체가 형성되면 이 공동체를 주도한 한국인들에 대한 好感과 信賴가 커짐으로 세계인들이 한국인들을 매우 좋아하게 된다. 그러면 한국제품이 더 잘 팔리고 한국의 업체들의 고객들도 늘어난다. 한국인에 대한 신뢰가 커질수록 한국 경제가 계속 좋아지고 장사가 잘될수록 인심도 좋아진다. 한국인의 GDP도 3-4만 달러로 높아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3) 한국인의 이미지가 좋아지면 한국인들의 일자리도 늘어난다. 국내에서 얻지 못하는 일자리를 외국에 가서 어렵지 않게 얻는 경우도 많아진다. 한국인들의 봉사활동도 늘어나고 세계의 오지나 못 사는 사람들도 한국인들을 환영하게 되므로 한류열풍도 장기화될 수가 있다.
(4) 한국인들은 객관적으로 잘 살고 있는 편이었음에도 행복지수가 너무 낮아서 자신들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부정적인 감정이 심한 편이었다. 또 과격한 활동을 많이 함으로써 사회가 늘 불안하고 사회도 안정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아태공동체를 창설하고 그 공동체를 주도하게 됨에 따라 국민의 道德感情(도덕감정)도 높아지고 옛날에 들었던 東方禮儀之國(동방예의지국), 君子不死(군자불사)의 나라라는 말을 다시 듣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도덕의 수준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은 그 만큼 國格(국격)도 높아져 한국인이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고 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5) 아시아태평양공동체는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대신해서 이타적 박애주의적인 세계평화주의의 정신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또 유지되는 지역공동체이다. 이러한 정신이 확대될 때 국가간의 전쟁은 없어지며 四海동포주의와 세계평화가 보편화하는 새로운 21세기 문명이 창조되고 정립되는 계기가 된다. 한민족이 이러한 새로운 문명을 주도한다는 것은 국조 단군이 제시한 弘益人間(홍익인간) 이념의 현실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승조의 정책수정 제안
차제에 본인은 그 3국협력사무국의 설립과 운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한중일3국협력사무국의 사무총장 일은 정부 부처인 외교통상부의 신봉길 씨가 맡고 있다. 신봉길 씨는 외교통상부의 공무원으로 주요르단 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국제경제협력 대사로 근무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3국협력사무국의 사무총장직은 임시적으로 겸직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필자의 소견은 신봉길 씨는 협력사무국의 사무총장으로서 자격은 충분하지만 3국협력사무국의 사무총장을 현역 외교통상부 공무원이 겸직하고 있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엄격이 말한다면 3국의 실무자가 공동으로 또는 윤번으로 맡아야 책임 있게 추진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3국협력사무국은 독립적으로 존립하던지 한국의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 소속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3국협력의 업무는 단순히 외교통상부 업무에 국한되지 않으며 모든 國政전반에 관련되어 있는 업무들이다. 또 3국협력은 정부업무 이외에 많은 NGO나 NPO들의 활동과 참여가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본 필자와 같이 늘 이런 문제를 광범하게 구상하고 연구하는 사람들도 이 기관의 상임고문으로 연계를 가져야만 업무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제18대 대통령후보는 이런 문제를 공약정책에 포함시킴으로써 세계적 리더십 업무의 일환으로 선거 유권자들에게 제시함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사)아시아태평양공동체 이사장
출처 (사)아태공동체 www.aprc.or.kr 2012.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