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국립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는 '2012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07년부터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이 조사의 결과를 보면 한국의 젊은이들 가운데 통일에 대한 열망이 점차 식어가고 있음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2012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남한 사람은 젊을수록 통일에 대한 열망이 덜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주 젊은 20대들 가운데 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절반도 안 되는 41%에 불과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세월이 갈수록 통일에 대한 열망이 식어간다는 사실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07년 이후 통일의식조사를 매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응답자들 가운데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08년에 64%에 달했던 것이 올해에는 54%로 10% 정도 하락했습니다. 20대 응답자들 가운데 통일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2007년 53%에서 2012년 41%로 급락했으니 젊은 청년층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쪽 사람들이 보기에 이것은 전혀 놀라운 현상이 아닙니다. 제가 1990년대 초 처음으로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남북이 통일된다면 통일 한국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강대국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주장이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남한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식어가는 이유가 독일 통일이 독일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쓰라린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보다 더 잘 살던 동독하고 남한보다 잘 살던 서독하고 1991년에 통일을 이룬 다음에 대부분 독일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통일 후 15년 동안 독일은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자 나라였던 서독은 훨씬 잘 못 사는 동독 경제를 복구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었습니다. 물론 이 거액의 돈은 서독 국민들이 낸 세금에서 나왔습니다.
남북한의 경제 격차는 15배에서 40배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이것은 2~3배에 불과했던 동서독의 경제 격차보다 훨씬 큰 것입니다. 그래서 남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통일 비용, 즉 낙후한 북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쏟아 부어야 할 돈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비단 막대한 액수의 통일 비용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남한 젊은 사람들의 민족 동질성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주민을 떨어져 살 수 없는 같은 민족으로 생각한다면 어떠한 희생을 하더라도 통일을 열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 청년들 대부분은 북한 사람들이 같은 민족이라고 배웠지만 실제로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민족 동질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남북한이 분단된지 거의 70년이 되었으니 남한 젊은 사람들은 북한을 자신의 삶과 별 상관이 없는 이상하고 먼 나라처럼 생각합니다.
세월이 갈수록 이러한 경향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통일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 될지 모릅니다.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