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의도 칼부림 막은 영웅 이각수’가 뜨고 있다. 실직자 김모 씨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큰길에서 전 직장 동료 두 명과 행인들에게 칼을 휘두를 때 명지대 무예과 교수인 이각수 씨(51)는 용감하게 맞섰다. 김 씨가 한 번 칼로 찌른 여자 동료를 다시 공격하러 달려들자 이 교수가 가슴을 발로 차 쓰러뜨리는 동영상은 통쾌하다. 이 교수의 발차기가 생명을 잃을 위기에서 사람을 구한 것이다. 종합격투기 라이트헤비급 세계챔피언 출신인 이 교수는 범행 현장을 목격하고 본능적으로 범인을 막아섰다. 시퍼런 흉기 앞에 두렵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교수가 용감하게 추격했기 때문에 시민들도 가세할 수 있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호원 출신 김정기 씨(57)가 재빨리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 김 씨의 퇴로를 차단했다. 새누리당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던 쌍용차 해고자를 비롯해 시민들이 우산과 허리띠, 대걸레 등을 들고 김 씨 앞을 막았다. 이 교수와 함께 범인을 추적하던 계진성 새누리당 중앙청년위 수석부위원장(41)은 속옷을 찢어 피 흘리는 행인을 응급처치했다.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건 이들의 시민정신 덕분이다. 요즘 묻지 마 식 칼부림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경찰이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긴박한 순간에 범행 현장에 있는 행인과 이웃이 힘을 합쳐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범죄를 보면 신고하고 흉한에게 맞서는 시민정신이 높아야 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다. 1964년 미국 뉴욕의 뒷골목에선 젊은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38명이 목격했으나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누군가가 신고하겠지” 하는 방관자 의식 때문에 모두가 ‘공범’처럼 돼버린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각수 김정기 계진성 씨 같은 시민이 있어 마음 훈훈하고 든든하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눈감지 않고, 의롭게 뛰어드는 시민들이 바로 우리 사회를 지키는 진정한 영웅이다. 경찰은 용감한 시민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표창과 사례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800여 명 규모의 성폭력 강력범죄 감시 감독부서를 신설해 3만7000여 명의 우범자를 전담하겠다고 또 한 번 다짐했다. 시민의식과 경찰의 치안력이 힘을 합하면 언제 어디서 불거질지 모르는 묻지 마 범죄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