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대표단과 조선불교도련맹은 오늘(5월4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신계사에서 조국 통일을 기원하는 합동예불을 올렸다.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대표단장 혜경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의원 제정스님, 사회국장 묘장스님, 문화국장 묘청스님 등 대표단 10명과 리규룡 조불련 서기장, 차금철 부장, 성춘일 부장, 김진삼 스님, 유인명 스님 등 조불련 관계자 및 북측 불교신도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남북불교도들은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함께 봉독한 뒤 꽃과 향 공양을 올리며 평화 수호를 위한 실천에 앞장설 것을 부처님 전에 다짐했다. 혜경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남북 불자들이 먼저 남북불교 교류와 협력 방안을 모색해나가자고 당부했다. 스님은 “부처님 뜻과는 달리 우리 민족은 긴 세월 분단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현재 대화가 단절되고 대결이 조성돼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남북불교도가 공동의 힘으로 복원한 신계사 또한 2008년부터 관광이 중단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현실이 지속된다면 불교도들이 간절히 서원하는 지상정토 건설은 요원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오늘 만남을 계기로 분열과 대결의 고통이 사라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리규룡 조선불교도련맹 중앙위원회 서기장은 “평화통일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우리 민족이 함께 이룩해야 할 성스러운 민족사적 위업”이라며 “부처님의 자비정신과 북남공동선언을 조국통일의 자등명 법등명으로 삼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굳건히 정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조계종 사회부장 혜경스님을 비롯한 대표단 10명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오전 6시30분에 출발했다. 이번 대표단 방북은 종교와 시민사회 등 민간차원에서 교류의 물꼬를 트고 남북 간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표단은 11시10분 경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를 넘어 곧게 뻗은 도로를 10여 분 달렸다. 군사분계선과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km씩, 총 4km의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하는 데는 불과 약 5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 본 푸른 동해바다와 파란 하늘은 서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하나였다. 2008년 7월 북한군 초병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 이후 관광이 중단된 육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북측 출입국 사무소에 다다르자 금강산 일만이천봉 끝자락 구선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교적 작은 규모임에도 기암과 괴석으로 이뤄진 금강산의 웅장함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대표단은 11시30분 경 북측 출입국 사무소(CIQ)에 도착했다. 인적이 끊긴 사무소에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북측 사무소 관계자가 무미건조한 말투로 ‘더 가지고 온 물건이 없느냐’고 물어보며 물품을 일일이 확인했다. 10여 분간 통행 검사를 받고 온정각을 향해 다시 차에 올랐다. 창밖으로 못자리철을 맞아 일하러 나온 북한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모습도 간혹 보였다. 멀리 10여 동 씩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들도 눈에 들어왔다. 오후 12시. 대표단은 온정각에서 조선불교도련맹에 북측 고성 어린이들에게 지원될 구충제 10만정을 전달했다. 전달식에 앞서 대표단은 조불련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12시30분 경 금강원으로 자리를 옮긴 대표단은 조불련 관계자들과 함께 점심공양을 가졌다. 이날 만남에서는 북측 관계자들과 대표단은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이와 함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불교도들이 먼저 나서서 대화와 협력을 촉구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리규룡 서기장은 “현재 북남관계가 차단됐는데 오늘 만남은 이런 점에서 매우 뜻 깊고 감회가 깊다”며 “북과 남의 불자들이 현실을 바로보고 파사현정의 자세로 현실을 바로보고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혜경스님은 “봄이 온 것 같지만 우리 가슴에는 아직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어나지 않았다”며 “정치와 이념을 떠나 부처님가르침대로 참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정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 서기장이 “빨리 금강산 관광이 뚫렸으면 한다”고 밝히자, 혜경스님이 “금강산 문이 열리면 다 열리는 것 아니냐”며 “하나라는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약 1시간가량 점심공양을 갖고 신계사를 향해 출발했다. 신계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북측 출입국 사무소에서 온정각 까지 가는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졌다. 두 시쯤 신계사에 도착하자 3~4명의 북측 스님들이 대표단을 합장 반배로 반갑게 맞았다. 누각을 지나 돌계단에 오르자 300여 개의 연등이 대웅전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합동 예불을 마친 대표단은 오후 3시30분 경 신계사에서 출발해 오후 5시 쯤 군사분계선을 넘어 다시 돌아왔다. 총격 사망사건에 이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 남북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금강산을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남북 불교도들의 바람처럼 분단의 설움이나 아픔보다는 통일의 기쁨이 올 날을 기대해 본다. 한편 이번 신계사 방문을 통해 경내 기와 보수 불사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폭설로 대웅전과 극락전, 만세루, 요사채 등의 전각 와구토가 망가지면서 기와가 내려 앉아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계사 도감이었던 제정스님은 “여름철 장마가 오면 피해가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 빨리 복원 불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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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계사 공동참배의 의미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불교도들이 신계사를 공동참배하고 민족 화해와 평화를 기원했다. 남측의 조계종 대표단과 북측의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난 4일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금강산 신계사를 공동 참배했다. 이날 참배는 금강산 방문을 비롯해 남북한의 교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에서 진행되어 관심을 끌었다. 향후 남북 교류 활성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남측 대표단장 혜경스님은 남북한의 불자들이 남북불교 교류와 협력에 앞장서자고 당부했고, 북측 인사들도 공감대를 나타냈다. 특히 남북한 불교계가 힘을 모아 새로 세운 신계사에서 교류 활성화의 필요성을 양측이 공감한 것은 향후 교류 활성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혜경스님은 “남북불교도가 공동의 힘으로 복원한 신계사 또한 2008년부터 관광이 중단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리규룡 조선불교도련맹 서기장은 “평화통일은 우리 민족이 함께 이룩해야 할 성스러운 민족사적 위업”이라며 남북 긴장해소와 교류에 불교도의 동참 필요성을 인정했다. 최근 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독일 베를린에서 “통일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통일은 결과적으로 민족을 부흥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계산을 따질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남북교류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현 정부 입장을 고려할 때, 이 대통령의 발언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신계사 공동참배를 계기로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불교신문 2719호/ 5월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