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2004년 정운영 중앙일보 논설위원(작고)과 장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가졌다. 그 인터뷰는 『우리 시대 진보의 파수꾼 노회찬』이라는 제목의 책자로 발간되었다. 노회찬씨는 그 인터뷰에서 ‘인민노련’사건 때 19명이 구속되었는데, 구속된 사람들 가운데 3~4명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인민노련’사건이란 인천·부천지역에서 활동하던 대학생 출신 노동운동자들이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인노련)이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혁명적 노동운동을 전개하다가 당국에 검거된 사건을 말한다. ‘인민노련’은 남한에서의 사회주의 실현과 그를 토대로 한 남북통일(곧 공산화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을 전개하던 과격한 좌익혁명단체였다. ‘인민노련’이 그러한 과격단체였다는 사실은 그들의 기관지 『노동자의 길』에 게재된 글들이 입증해준다. 『노동자의 길』32호(1988년 10월 20일 발행)에 게재된 「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연맹 강령」이란 글은 “[한국의] 노동자계급이 완전한 해방을 위해 나아감에 있어 당면에 쟁취해야 할 목표는 미·일 등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남한 민중에 대한 착취와 억압의 구조를 깨뜨리고 민족해방을 쟁취하는 것, 또한 한 줌도 안 되는 소수 독점자본가와 군부독재의 지배체제를 깨뜨리고 민중민주주의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인노련은 당면한 민족해방과 민중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있어 인천·부천지역의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구심이 되며,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발전시키고, 여러 형태의 대중조직을 촉진시키며, 노동자들의 모든 투쟁을 발전시켜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정치부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선언했다. 『노동자의 길』제 33호(1988년 11월 23일 발행)에 게재된 「남한 혁명의 이론에 대하여」라는 글은 “남한혁명에는 독점대부르조아지와 민중과의 모순 및 남한과 미제와의 모순을 해결하는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과, 부르조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모순과 남한과 북한과의 모순을 해결하는 통일·사회주의혁명이라는 두 단계가 나타난다.…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이라는 우리의 당면목표는 사회주의의 실현과 통일이라는 보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사회주의와 통일의 실현이요, 나아가 더 높은 단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격한 혁명활동을 하다가 검거된 사람들 가운데 3~4명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대한민국에서 지금 판·검사나 변호사를 하고 있다. 최근 국회본의장 입구를 불법점거하여 국회의원들의 회의를 방해한 사건으로 기소된 민노당 당직자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마은혁 판사도 그 중의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노련’ 사건 관련자로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원은 3~4명이지만, 그와 유사한 여러 가지 혁명운동조직에서 활동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원수는 그보다 크게 많을 것이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혁명운동조직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런 혁명운동에 동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원수는 한층 더 많을 것이다. 그 세 부류의 사법시험합격자들을 모두 합치면 그 숫자는 매우 많아질 것이다. 혁명운동조직의 구성원이었거나 혁명운동에 음성적으로 동조한 사람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과거에 가졌던 사상을 비판하고 확실하게 전향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필자는 1987년 이후 사법시험 합격자들에 대한 사상검증이 실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운동권 출신 및 친 운동권 출신의 인사들이 자기가 과거에 포지했던 사상을 고백하고 그것을 비판한 후 전향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없다. 따라서 그들은 개별적으로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대체로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 혹은 그에 동조하는 사상을 계속 포지하거나(필자는 이런 사람들의 숫자가 매우 적기를 희망한다) 버리더라도 완전히는 버리지 않은 상태로 판·검사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최근 법조계와 언론계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우리법연구회’(우법연)라는 판사들의 단체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라는 변호사들의 단체가 위에서 말한 필자의 추론과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마 판사가 우법연의 회원이라는 사실, 그리고 노회찬씨가 어떤 글에서 ‘80년대 후반 인천에서 가장 유능한 조직활동가 중의 한 사람이었으며, 자기가 만든 운수노동자 소모임에서 『공산당선언』을 읽기로 했다며 자랑스럽게 보고하던’ 인물로 묘사한 송영길 변호사(민주당 국회의원)가 민변의 회원이라는 사실이 필자로 하여금 그러한 의심을 버릴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만약 필자가 의심하는 바대로, 앞서 말한 필자의 추론과 우법연-민변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그 연관성이 깊은 것이라면 그것은 이 나라의 장래를 매우 걱정스럽게 만드는 사태이다. 왜냐하면, 우법연이나 민변은 다양한 성향의 판사나 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단체가 아니라 행동에 있어서 일관된 경향성을 가진 단체들이며, 상호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나라 법조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단체들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체제와 상반된 사상을 가진 인사들이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에 피해를 주는 일인데, 그들의 숫자가 많으면서 강력한 단체를 만들어 법조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면 그것이 국가에 미치는 피해는 더욱 커질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필자의 이 불길한 의심이 부적절한 것이라는 점이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하루빨리 밝혀졌으면 좋겠다.(konas)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정치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