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필자는 올해 들어 애국활동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다. 컨디션 안 좋은 날이 자주 생기고, MB의 희멀건 태도에서 뭣하나 긍정적인 자극을 느끼지 못하였기에, 그저 무지렁이 민초의 삶인 생활전선에서나 매진하려고 하였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나 자신이 추스르지 못한 공백이 너무 커져 가기에....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용산사태에 따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사퇴론에 대한 대통령의 어정쩡한 태도였다. 이딴 식이면 장면 정부가 연상되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붙들어 매는 게 있었다. 바로 1월 30일 밤 SBS의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서 대통령이 취한 발언이 그 첫째이다. 철거민 참사 문제와 관련 “잘못 먼저 따진 후 경찰청장 진퇴 결정”하기로 함으로써 김석기 경찰청장에 대한 야당과 좌익의 일방적 퇴진요구를 막아냈다는 점과 “부동산 가격상승 정책은 오해이며 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한 시류와 국민정서에 맞는 발언 때문이었다. 둘째로, 정부가 광우병 폭동 같은 불법·폭력시위에 참가한 좌파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끊는다는 조치도 그러했다. 애국우익단체에 국물 떨어지는 것은 없지만 최소한의 바램을 수용해 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민노총의 성폭행에 따른 좌파의 자중지란 때문이었다. 저들을 공격할 무궁무진한 호재거리를 제공하였기에 정말 살맛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오늘 김석기 경찰청장의 자진사퇴 발표를 듣고는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사퇴한 점에서 김석기는 분명 대인다운 사람이다. 그러나, 아주 크게 걸리는 게 있다. 방송과 포털이 이쪽 편이라면, 김석기의 대의는 매우 호의적으로 해석된다. 그의 말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방송과 포털이 저쪽 편이기에 김석기의 자진사퇴는 역효과가 난다는 점이다. 저들은 정부가 용산사태에서 뭔가 떳떳하지 못하여 꼬리 내린 것으로 왜곡 해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여 용산방화 폭동을 합리화시킬 불씨를 지핀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과연 하루도 못되어 적반하장 격으로 벌써 좌파단체들의 김석기 청장 구속 주장을 방송하고 있다. 아울러 민노총 성폭행 사태에 대한 뉴스가 희석될 빌미를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군과 경찰 하부조직에다 정부에 대한 극명한 배신감을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한두 번 당해 보는가! 이를 극복하려면, 광우병 폭동 등 시위진압 과정에서 다친 전․의경들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을 대통령이 직접 위로 방문하여야 할 것이며, 아울러 용산사태 때 숨진 김남훈 경사의 유가족들을 위로 방문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서울시장 같은 관리자가 아니므로 실무중시형 탕평책보다 충성중시형 엽관책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청와대 내에서 김석기 사퇴론을 주장한 불순세력들을 갈아치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이 모든 실책은 대통령에게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민초들은 깊은 속사정을 모른다. 그만큼 대통령의 상징적 발언과 행위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