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는 87세 노 재벌의 꿈
제2롯데월드는 87세의 노 재벌총수의 마지막 희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2층 높이, 555m의 초고층 빌딩을 잠실 롯데월드 맞은편에 건설하면 장단기적으로 경제에 많은 플러스 효과가 있고, 이는 경제난과 일자리 난을 겪고 있는 한국의 경제 사정에 비추어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제2롯데월드 건설을 위한 시도는 지난 14년간 지속되어 왔고, 논란이 일 때마다 공군은 성남비행장(서울공항)의 비행안전에 배치된다며 건설을 저지해 왔다. 공군은 롯데에 대해서만 이러한 것이 아니라 1,300만 성남시 시민들의 재산권 행사에도 상당한 제한을 가해왔다.
공군 14년간 지켜온 절개 내던져
그런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공군총장과 국방장관이 그 동안의 절개를 끊고 원-윈 게임이라는 논리로 대통령의 뜻에 굴복한 모양이다. 국방장관과 공군총장이 이미 전광석화의 속도로 의사결정을 한 마당에 공연히 필자가 글을 써서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것 같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해왔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문제의 성격을 알고 싶어 하기에 필자가 아는 조그만 생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부터 먼저 생각해 보자. 비행장에는 활주로가 있다. 성남비행장에는 활주로가 두 개(서편, 동편) 나란히 있는 모양이다. 활주로가 몇 개 있건 그것은 논리전개에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남 비행장 활주로에는 우리 대통령 전용기, 외국대통령 전용기들이 이착륙하고, 수많은 수송기, 근거리 경공격기(KA-1)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급 정보수집기인 백두와 금강이라는 항공기들이 이착륙한다. 전시에는 필요에 따라 한국군과 미군이 보유한 초음속 전투기들이 이착륙할 수 있다. 전투를 하다보면 대한민국의 모든 전투기들과 미군의 비행기들까지도 이 활주로에 비상착륙을 할 수 있다.
전쟁나면 555m 타워 부숴 버려야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려면 대략 6km 정도 접근해서부터는 고도 220m정도로 낮게 깔아 내린다. 그런데 그 접근로 바로 1km 정도 옆에 555m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날씨가 좋고 한가한 평화 시라면 큰 문제 될 것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전시가 되면 사정은 다르다. 전시에는 수많은 기종의 전투기, 국가의 최첨단 정보수집기라는 백두 및 금강 항공기, 경공격기(KA-1), 수송기들이 이 활주로를 이용한다. 공중에서 공중전을 벌이다 연로가 떨어진 전투기들도 날아올 것이고, 다음 미션(임무) 등 다양한 필요성 때문에 이곳을 이용해야 할 전투기들도 날아올 것이다.
전시에는 수많은 기종의 항공기들이 떼를 지어 그야말로 쉴 새 없이 뜨고 내린다. 전시에는 집단으로 오르고 집단으로 내린다. 1개 활주로에는 두 대의 전투기가 이륙한다. 이륙하면 두 대의 전투기 뒤에 진공이 생긴다. 다음 두 대의 전누기는 10초 후, 진공이 메워진 후에 이륙한다. 내릴 때에도 집단으로 내린다. 착륙 명령을 대기하려면 한동안 활주로 주변을 빙빙 돌아야 한다. 이 때 555m 타워는 악몽일 것이다.
전시에 뜨고 내리는 전투조종사들의 마음은 제 정신이 아니다. 필자는 월남전에서 베트콩의 포위망 속에 갇혀있다 나온 병사와 장교들을 자주 접했다. 그들의 동공은 얼어 있었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전시의 조종사들의 상태가 바로 이러한 상태일 것이다. 적기와 공중에서 물리고 물면서 전투를 하고 밤중에도 활주로로 착륙하는 전투조종사들이 언제 이 555m의 건물을 피할 생각을 할 것인가? 아마도 이런 전투기 조종사들은 555m의 건물을 무숴버리고 싶어 할 것이다. 전쟁이 나면 미국에서 날아오는 전투기도 불시착할 수 있고, 일본이나 항공모함으로부터 날아오는 전투기도 불시착 할 수 있다. 이들이 그 높은 타워가 활주로 근방에 있다는 비상식적 현상을 꿈이나 꾸었겠는가? 전시의 555m 건물은 전투조종사와 수송기 조종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저주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남 비행장은 단순한 비행장 아니다
다음은 성남비행장은 비행장 구실만 하는 게 아니라 전시 모종의 한미지하작전사령부와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근방 6-7km 되는 식별이 너무나도 현저한 지형지물을 건설한다는 것은 요새 방어상 군대 상식에 어긋난다. 적의 위치에서 보면 전시에 이 타워는 비행장과 비밀시설을 감제하는 전술적 전략적 가치로 매우 유익할 것이다. 555m의 타워 신축은 필자의 소견으로는 미군과 협의해야 할 안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일 미국과 상의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2012년에 작전권에서 손을 뗀다고 이러는 것인가” 하고 서운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롯데가 보상하겠다는 비용은 평시비용 일부에 불과
군은 활주로 각도를 3도 정도 틀면 555m 타워와 항공기 접근로 사이를 1.6km 정도 이격시킬 수 있고, 그렇게만 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활주로를 재건하는 데에는 비용이 수천억 들며, 모든 항공기들에 안전항법 장치가 추가되고 관제 시스템에 상당한 보강이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전시에 다른 기지 소속의 항공기들이 비상착륙할 때에는 갑자기 그런 항법장치를 어찌 마련한다는 것인가?
국가 체신, 공군 리더십 다 구겨
국가의 체신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14년간 공군의 안전문제에 굴복했던 재력가가 갑자기 이명박 정부를 만나 공군의 안전을 눌렀다는 것은 국가 체신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군은 지난 14년간 어째서 그토록 버티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설사 활주로 변경에 따르는 건설비, 관제장비, 항법장비 등 수천억에서 1조 사이의 대금을 롯데가 낸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다. 당장 공군과 국방부가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는다. 정치권력에 굴복한 공군총장의 명령을 존중해줄 부하는 없을 것이다.
필자의 단견일지는 모르지만 전시가 되면 555m의 탑은 파괴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롯데에서 보상하겠다는 비용은 오직 평시비용에 한한 것이다. 이 땅에 전쟁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가정 하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사가 중단된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부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제출된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위치와 서울공황 활주로
2009.1.16.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