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의 '김정은 낙관론'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온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곧 경질된다고 한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비판이 경질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한다.
코츠는 올 초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 지도자들은 정권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위협을 제거할 것"이라고 장담하던 트럼프가 좋아할 리 없었다.
트럼프는 "정보기관 사람들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코츠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허구'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키우는 상황을 지켜봤기 때문에
트럼프의 정치 쇼에 장단을 맞출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전 세계가 지켜봤듯이 실제로 북한은 트럼프의 장담이 아니라 코츠의 판단대로 움직였다.
트럼프가 국내 선거 표 계산에만 주판알을 굴려도
미 행정부에는 코츠 같은 공직자들이 자리를 걸고 국가 안보 최소한의 중심을 잡고 있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가 주한미군 가족 철수, 한·미 FTA 파기 의사를 내비쳤을 때 결연하게 막았다.
그는 작년 연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리아 철군을 결정하자
"당신과 더 견해가 잘 맞는 국방장관을 찾으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북한 문제 등에서 직언을 하다 경질됐다.
미 정가에선 이들을 트럼프의 치기 어린 충동적 행동을 막는 '어른들'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트럼프의 즉흥적 결정에 더 크게 휘둘렸을 것이다.
정작 북핵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바른말을 하는 공직자의 목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김정은이 가짜 비핵화로 대한민국을 속이다 이제 와서 미사일을 쏘고 협박·모욕·조롱을 해도
대통령은 한마디 없고 장관·참모들은 그런 대통령의 눈치만 본다.
현직 국방장관은
6·25가 전쟁 범죄였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고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 하는가 하면,
전임 장관은 "김정은은 자유민주 사상에 근접했다"는 황당한 말까지 했다.
탈원전, 태양광, 노조 폭력 눈감기 등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도 '아니다'라고 나선 공직자가 단 한 명 없다.
이들은 운동권 출신이 아닌 공직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충성하는 대상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어쩌면 대통령도 아닐 것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자리 보전이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에는 인사권자의 비위만 맞추면서 다만 몇 달이라도 자리를 연명하려는 사람들만 득실댄다.
그나마 소신을 밝힌 사람은 젊은 사무관 한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