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해야 할 것은 중재가 아닌 촉진(facilitating)이다.
성공적인 ‘중매쟁이’가 되려면 이젠 빠져나와야(get out of the way)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중 한 명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사진)은
12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하노이 노딜 이후 한국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종연구소와 CFR의 ‘서울-워싱턴 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우리말로 ‘중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이 메신저가 될 순 있겠지만 중재자가 되려고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원인에 대해
“북한도 오판했고, 미국도 오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내 정치 문제로 자신들과의 거래에 매우 절박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만나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절박하지 않았다.
미공개 핵시설까지 구체적으로 요구했으니 더욱 놀랐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역시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확연한 입장 차를 확인했지만
두 정상이 그걸 채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도 미국도 오판했지만 하노이 회담의 주목할 만한 결과 중 하나는
회담에 앞선 한국 정부의 (상황) 평가가 정확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하노이 회담 결과로 대북 제재 면제(exemption)를 예상했지만
사실상 제재 해제(removal)를 원했던 북한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한때 성사될 것으로 거론됐던 종전선언도 남북미 간 입장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좌절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