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론이 실패라는 진단이 "성급하다"며
"정부가 (홍보 차원에서)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성공적인데 정부가 제대로 성과를 설명하지 못하는 바람에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론을 제기한 기획재정부와 경제부총리를 사실상 질책한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일자리 감소 효과를 둘러싼 논쟁에서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한 청와대 참모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인식은 객관적 사실과 차이가 크다.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노동 약자들의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 분배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수많은 통계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사실상 입증이 끝난 사실이다.
올해 들어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음식점 종업원처럼 최저임금에 민감한 취약층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고용이 1~4월 중 16만명 줄었고, 임시직·일용직은 64만명이나 급감했다.
대통령 앞에서 최저임금 논쟁을 벌인 청와대 회의 다음 날에도OECD는 "한국의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대기업 근로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고용부 통계도 나왔다.
모든 통계와 수치가 일관되게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逆說)을 말해주고 있다.
굳이 통계가 아니더라도
고용 현장에선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소상공인과 영세 사업주들의 호소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90%는 긍정적"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무엇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최저임금만이 아니다.
- 문 대통령은 "거시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는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며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말했다.
- 그러나 같은 날 국책 연구소인 KDI는
- 우리 경제가 사실상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하는 보고서를 냈다.
- 경제성장률이 올 상반기 2.9%에서 하반기엔 2.8%, 내년엔 2.7%로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세계경제성장률은 올해 3.8%, 내년 3.9%로 더 올라가는데 우리만 거꾸로 간다는 것이다.
이날 나온 통계청 발표에서도 제조업 생산은 반등했지만 소비·투자가 동반 후퇴하면서 우려감을 더했다. - 제조업 가동률이 추락하고 반도체를 뺀 주력 산업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
- 경기 둔화 조짐을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요란하게 울려대고 있다.
- 정상적인 정부라면 경기 침체 가능성에 비상을 걸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그런데도 대통령은 "경제가 좋다"고 한다. 대통령과 KDI가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밝혔듯이 반대편의 비판은 수용하지 않는다. - 오히려 거꾸로 가기도 한다.
- 그런데 자신의 내각(內閣)에서 나오는 고언(苦言)조차 무시하고 있다.
- 그러면서 최하위층 소득 보전을 위한
- 노인 일자리 사업과 기초연금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 결국 또 세금 쏟아부어 취로사업 같은 것을 하겠다는 것이다.
- 이 정부의 정책은 세금과 포퓰리즘 한길로 귀결되고 있다.
이제 정부에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일종의 도그마(종교 교의)가 돼버렸다. -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말하자
- 정치권 출신의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부총리는 신(神)의 영역에 있느냐"고 공격했다.
- 소득 주도 성장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한 치 이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 모든 것이 소득 주도 성장론 때문은 아니다.
- 하지만 경제 문제의 출발점이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임은 분명하다.
- 문제의 근본 원인은 놓아두고 국민 세금만 쏟아붓는다고 경제가 좋아질 리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31/20180531040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