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라는 규율이 있다.
인간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롭게 알려진 사실 사이의 부조화를 경험하면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되어 부조화를 축소하려고 한다는 것이다((Leon Festinger, 1957).
인지부조화를 축소시키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자오위핑(趙玉平)은 이를 두 가지 선택으로 요약하고 있다.
“하나는 자아를 바꾸어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실을 바꾸어 자아에 순응하는 것”이다(趙玉平, 2013).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그것이 건강에 엄청나게 해롭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을 때,
행동을 바꾸어 담배를 끊는 경우가 첫 번째에 속하고
자기는 누가 뭐래도 담배가 좋다는 믿음으로 계속 피우는 경우가 두 번째에 속한다.
강건한 사람이 첫 번째 것을 취하고 심약한 사람이 고집스럽게 두 번째 것을 취한다고 한다.
역사의 교훈은
첫 번째 선택을 잘 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성공하고
두 번째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념 편향적 정책과 현실 사이에서 엄청난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을
문재인 정권은 이런 부조화를 어떻게 처리할고 있을까?
스스로 국내외에 공개적으로 천명했듯이 문제인 정권은 촛불의 힘으로 집권했다.
촛불세력의 주역들은 전 정권과 그 정책을 반대한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에
문정권의 정책은 이전 정권이 수행했던 정책을 반대로 뒤집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정책들이 정권교체 후 있음직한 정책변화가 아니라
국가체제가 바뀌었을 때나 가능한 완전 뒤집기 정책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정권은
대한민국 대외정책의 근간인 미국과의 동맹을 흔들고
노골적으로 친중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한미동맹과 대척점에 있는 중국의 세계전략에 동참하기로 결정하였다.
문제인 대통령은
미국의 대전략인 일본-호주-인도-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아시아-아프리카 성장 회랑(Asia-Africa Growth Corridor: AAGC)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의 않는다”고 밝히고
중국이 육지와 바다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건설하여 중동과 아프리카 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OBOR)는
“건설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말했다고 한다
(조선닷컴, 2017.11.13.).
국내정책으로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하여
정부의 주요직책을 주사파(주체사상파主體思想派)로 알려진 인물들을 대거 포진하였고
국가정보원 개혁과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국가안보의 근간의 하나인 국가정보원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일자리창출이라는 이름 아래
줄여야할 공무원 일자리를 순차적으로 늘려 5년간 17만 4,000개를 늘리기로 하였다.
그러나 일자리는 경제를 활성화시켜 늘어나는 것이지
공무원 등 공공부분의 고용을 늘리는 것(도합 81만개)이
무슨 일자리 창출이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원전을 무력화시키는 탈원전(脫原電) 정책으로
엄청난 손실을 국가에 부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현실을 무시한 이념 편향적 정책이기 때문에 현실과 엄청난 부조화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인지의 부조화를 해결하는 문정부의 방식이
현실을 거부하고 자아에 집착하는 두 번째 방식이라는데 있다.
자신들의 행동을 바꿀 생각은 안하고
사실을 외면하여 자신들의 자아에 순응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중국 국빈방문에 관한 문정부의 반응을 예로 들어 보자.
문정부는 그들의 반미 친중 정책이 중국의 호의적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결과는 국빈방문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홀대를 받고
수행기자들이 중국 경호 요원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집단이라면 잘못된 정책을 반성해 보고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국빈방문에 대해 청와대는 문대통령이
‘역지사지’(易地思之·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와
‘관왕지래’(觀往知來·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를 키워드로
시(習) 주석은 물론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평가했다(뉴시스 2017.12.19).
문정부 쪽에서는 중국의 처지를 헤아려 중국을 이해해 주었는지 모르지만
중국은 전혀 한국의 처지를 생각해 주지 않고 있다.
또한 한중관계의 역사는 중국의 침략과 압력으로 점철되었는데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관왕지래(觀往知來)를 거론한 것은
한중관계가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중국의 홀대와 적절치 못한 문대통령의 행동이 얼마나 한국의 국격을 떨어뜨렸고
한중정상 간의 합의사항들이 얼마나 한국의 외교안보이익을 해치는지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이념적 색깔에 의해 현실을 무시하고 자아에 집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탈원전정책과 리베이트 조사는
원전을 수주한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반발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의 해결을 비롯한 모종의 임무를 띠고 임종석 비서실장이 특사자격으로 중동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처음부터 이 사실을 숨기고 파병부대 격려차 방문이라고 발표했으며
갔다 오고 나서도 오락가락하는 해명을 내놓았다(한경닷컴, 2017.12.20.).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인이나 집단이나 자아에 사로잡혀 현실을 외면하는 자는 결국 패배하고 도태되는 길을 걸었다.
먼 예를 찾을 것도 없이
조선은 일본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미개한 나라라는 자아 인식에 갇혀
결국 임진왜란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또한 존명사대(尊明事大)의 이념에 매달려 청나라의 실세를 인정하지 못한 결과
조선의 임금 인조가 청나라 임금 홍타이지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두드리는
삼배(三拜) 구고두(九叩頭)의 예를 행하면서 항복하는 굴욕을 당했다.
인조반정과 그의 외교적 실패는 현 정권을 빼어 닮았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를 옹립한 반정세력은 광해군이 존명사대(尊名事大)를 어겼고,
폐모살제(廢母殺弟)를 했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는 정치적 이익을 앞세워 현실을 왜곡한 거사였다.
그리고 그런 명분에 매달린 결과 조선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선거로 집권한 정통 정부를 촛불로 무너뜨리며 내건 국정농단(國政壟斷)이라는 명분 역시
진실이 차차 드러나면서 시간이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촛불세력이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명분 때문이 아니라
권력야욕에 사로잡힌 당시 여권 일부가 당시 야권과 정치적으로 야합해서 가능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런 억지 명분을 집권 후에도 계속 국내외 정책에 반영하여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것도 인조반정 세력의 행태와 비슷하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문정부가 인식과 현실 사이의 부조화를 행동의 변화를 통해서 해결하지 않고
현실보다 자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만 계속 해결하려 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북핵문제를 계기로 미중관계가 대결국면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기존의 한미동맹 중심의 외교안보정책을 갑자기 친중 노선으로 바꾸면
우리는 외교적 고아가 되어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 또
한 국가를 사회주의 방식으로 변혁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리스와 칠레의 모델을 답습하여 빈국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문정부의 이념 편향적 정책이 현실에 부딪쳐 잘못된 것이 드러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자신의 행동을 바꾸지 않고
철 지난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된 자아에만 계속 매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정권의 몰락을 재촉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5천만 국민에게 돌이길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17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