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 박사 : 대불총고문 / 서울디지털대 석좌교수
원제목 - 헌재의 결정: 기각이냐 각하냐?
나는 처음부터 헌재는 탄핵안을 각하하거나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에 난 소추안을 읽어보니 형식, 절차. 내용 모두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특검이나 국정조사에서
탄핵을 발의할 만한 사항이 발견되기도 전에 발의하고 의결했기 때문에 논리적 순서에도 맞지 않는다.
또한 내우외환의 범죄가 아니고서는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한 헌법조항에 어긋난다.
잘못한 점에 있으면 임기가 끝난 다음 죄를 물으면 된다.
그런데 내우외환에 해당되는 사항이 없고
법률 위반 행위도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이 검사의 기소장과 신문의 보도뿐이니
각하나 기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헌철 전임 헌재소장이 1월 31일 퇴임사에서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까지
헌재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바람이라고 한데 대하여 나는 반박하는 글을 썼다.
우선 재판부가 막중한 대통령 탄핵에 관한 결정을 날짜를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것은
헌재 재판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박소장은 “사항의 중대성에 비추어 조속히 이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지를 되묻고 내가 아는 대다수 국민은 신속성보다는 법과 원칙에 맞느냐 아니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헌재 결정은 각하가 답이다>
재판부가 진정으로 조속한 탄핵심판을 원한다면 탄핵소추안이 접수되었을 때 곧 바로 각하했어야 한다고 나는 썼다.
탄핵소추안은 위헌적 소지가 많으며
법적 요건을 갖춘 증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졸속으로 가결한 것이다.
형식과 내용도 맞지 않는 소추안은 이를 물리치고 각하시켜야 맞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더 이상 절차를 진행하지 말고 바로 각하하면 재판은 조속히 끝낼 수 있다고
나는 주장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법원의 결정은
받은 안을 인정하는 인용, 심리해 보니 맞지 않는다고 결정하는 기각,
그리고 아예 요건을 갖추지 않아 심리대상도 안된다고 안건을 물리치는 각하의 세 가지가 있다.
김평우 변호사도 내 생각과 같이 각하가 맞다고 헌재에서 변론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역시 대가답게 논리적이고 감성적으로 와 닿는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기각이나 인용은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이라 현재의 입장도 어려워지고
양측의 충돌을 가져오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그러니 절차를 문제 삼아 각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엉터리로 탄핵소추를 했으니 이를 심리할 수 없다고 물리쳐 각하해야 한다는 거다.
문제를 일으킨 자가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원칙에 따라
헌재가 인용도 기각도 할 필요 없이 아예 각하해서 국회에 공을 넘기라는 것이다.
그러면 헌재도 살고 충돌도 피할 수 있지 않느냐 는 것이다. 얼마나 명쾌하고 멋진 제안인가.
<변론에 불만이면 대토론회를 제의하라>
언제부터인가 줄곳 일방적 주장만 내세워 온 조중동 등 기성 언론들은
김평우 변호사 변론의 주요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그의 제안을 품위에 맞지 않고 막말이라고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신임 회장은 그의 징계까지 거론했다.
내가 보기에는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은 막말이 아니라 정론(正論)직설(直說)이다.
나는 그의 해법이 불행을 피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본다.
국회의원들의 탄핵소추안은
13개 탄핵사안들을 개별적으로 의결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처리했으며
그것도 토론도 거치지 않고 그냥 찬반투표를 해서 졸속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 엉터리 탄핵을 가지고 왜 국민들이 서로 싸워야 하나?
탄핵안은 심리대상의 기준에도 모자라는 안건이다.
대학에서 출석일수가 미달이면 채점할 필요 없이 학점을 주지 않는 것과 같이
기준 미달 탄핵안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절차는 내용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절차가 잘못된 것을 지적하여 각하하는 데에는 어느 쪽도 반발하기 어렵다.
김평우 변호사의 변론에 의의가 있으면
품위니 막말이니 하니 지엽적인 문제가지고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맞장토론을 제기하면 어떻겠는가?
가칭 <헌재결정 어떨게 해야 할까>라는 제목으로 김평우 변호사와 함께 대토론회 또는 공청회를 열면 좋겠다.
그런 토론회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데 있어서나 헌법 소양을 높이는 국민교육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 같다.
(2017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