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건국과 세계평화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
1945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 해방되어 光復節이 된 날이다. 제헌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정부수립을 공포한 날은 1948년 8월 15일이다. 대한민국정부수립의 날을 대한민국 建國節로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은가? 왜 건국절이라고 부르지 않고 광복절이라고만 말해 왔던가? 원리적으로 말한다면 정부수립과 국가창설은 같은 뜻이 아니다. 국가가 없는 정부도 있을 수 있으나, 유능한 정부라면 국가창설을 나중에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다. 1919년 상해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이라는 실체가 없는 가운데 세워졌지만 나중에 이승만 박사를 대통령으로 추대하였다. 국가는 본래 주권・영토・국민이라는 세 가지 구성을 갖추어야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1919년 당시 정부는 영토도 국민도 불확실한 가운데 상해에 모였던 독립운동가들 손으로 편법적으로 수립된 것이었다. 이것은 국가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 독립운동가들의 독립의지만으로 상해임시정부가 만들어졌으며,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도 부쳐진 것이었다.
1948년 건립된 대한민국에는 영토와 국민이 엄연히 있는 가운데 정부라는 실체가 세워졌다. 그러나 김대중이라는 야당지도자는 1948년의 정부수립을 폄하했다. 김대중의 대한민국정부 正統性 否認발언은 사실상 국민의 분열을 조장하는 말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대한민국정부를 폄하한 목적은 북한의 조선인민공화국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는지 확인될 길이 없다. 김일성의 사상을 계승한 김정일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聯邦制統一을 강력하게 희망하였다. 이것은 남북한 대표가 남북연방제로 통일된다고 하더라도 북한헌법 규정에 따른 남북한의 통일이기 때문에 북한헌법에 기초한 흡수통일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한국은 일제통치로부터 해방된지 70년이 되었으며, 1948년에 수립된지 이미 67년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버젓한 독립국가로 행세할 수 있게 되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세월이 경과되어야 할 것 같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았다.”(Rome is not built in a day)라는 말이 있다. 사실상 이태리 반도가 하나의 단일 국가로 통일되는데도 500년의 긴 세월이 필요하였다. 한반도가 제대로 통일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할 점은 로마가 단순히 이태리 반도를 통일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변 국가를 정복 혹은 통합하는 노력을 계속함으로써 東西유럽 지역을 하나로 통합하는 거대한 대제국을 건설하였다는 점이다.
당시 로마의 평화가 세계평화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듯이 이태리와 같은 작은 반도국가가 서양세계의 패권을 장악함으로써 세계의 평화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이 우리에게도 엄청난 계시와 시사점을 준다. 동아시아에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 같은 강대국이 서로 대립을 계속해왔던 지역이다. 한국은 앞으로도 이러한 강대국의 압력에 짓눌려서 계속 약소국, 못나니 구실을 계속해서는 안될 것이 아닌가? 오히려 미래의 세계평화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우월한 강소국으로 발전할 수가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 하겠다.
과거에는 강대국들이 군사력 경제력만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미래세계는 군사력이나 정치력보다는 문화력과 도덕적인 우월성과 소프트 파워가 훨씬 더 큰 威力을 발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국은 한국특유의 능력으로 중국과 일본의 도움과 협조를 받아야 한다. 또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음으로써 아시아태평양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런 사실과 방법을 최근에 간행한 저술에서 자세히 밝혔다. 그 책, <대한민국의 正體性과 한국>을 참고하시어 실천으로 뛰어들 것을 권장하면서 대한민국이 아시아태평양공동체를 통하여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대한민국에 ‘건국일’이 없다는 말에 대하여
얼마 전인가. 우리나라에는 광복절이나 정부수립한 날은 있는데, 왜 건국했다는 말이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며 잘못된 것이 아니냐하는 어른이 있었다. 그런 말에, “그 말 참 잘했다. 나도 동감이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처음 정부를 수립한 날이 바로 건국한 날이지, 그런 것을 가지고 문제 삼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처음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생각을 중요시하고 싶다. 비록 초대 정부수립에 성공했더라도 국가의식이나 국가관을 확립하지 않으면 그런 정부는 또 언제 없어질는지 모르는 일이다. 국가가 우연히 발생했다가 또 편의에 따라서 없어질 수 있는 일시적, 과도적인 현상이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자고로 국가권력 기구를 세우는 일은 사람들의 노력의 산물이라기보다도 天神과 祖上神들의 행위로 보아왔던 것이다. 天神의 뜻과 국토의 神이 개입하지 않으면 또한 社稷(사직)의 신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라는 세워질 수도 또 유지될 수도 없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었던 것이다. 천신과 국토신이 합의하지 않으면 나라는 세우질 수도 지켜질 수도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국가나 社稷유지는 국왕이나 통치권자들보다도 神官(신관)들의 소관사항이 되어 왔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일의 가장 큰 행사가 天神과 國土神[곡물신]에게 祭祀를 지내는 일이었다. 한국의 경우에 매년 8월 15일이 광복절과 정부수립일로 경축행사가 치러져 왔지만 필자는 이런 경축행사와는 별도로 같은 장소가 아니라도 제사를 올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국가는 神佛과 국민이 같이 지켜야 하는 靈物(영물)이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공동체 이사장 (201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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