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 서울디지털대 교수
요즈음 정치권은 국회법 개정안의 뒷수습으로 분주하다. 성환종 전 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가 정국을 강타한 것이 4월 9일인데 그 사이 4.20 재보선과 메르스 사건 등에 묻혀 벌써 과거의 일이 되었다.
이런 시점에 검찰은 성환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꾸린지 82일 만인 지난 7월 2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2인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성환종 메모에는 “김기춘 10만 달러, 허태열 7억 원, 홍준표 1억 원, 부산시장 2억 원, 홍문종 2억 원, 유정복 3억 원, 이병기, 이완구”라고 적혀 있다. 이 중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지사를 뺀 나머지 6명은 모두 무혐의 또는 공소권 없음으로 끝냈다.
특별수사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73)씨가 2007년 말 특별사면 청탁 대가로 5억 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에게 남은 일은 성환종 전 대표로부터 각각 3천만 원과 1천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있으나 출석요구에 불응한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와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대한 계속 수사이다. 2억 원의 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 김근식 최고위원에 대한 계속 수사는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힘들게 되었다.
이런 초라한 결과는 지난해 8월 “업무 연관 여부와 관계없이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1000원 이상 받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일명 '박원순법')에 따라 7월 1일 5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서울 구청 공무원을 '해임 처분한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그 법에는 오히려 문제가 많다. 현실과 동 덜어진 처벌 규정을 만들어 수많은 범법자를 만들어 놓고 법의 적용은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운영하는 현상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성환종 자살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이 느꼈던 사건의 비중과 거리가 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당일 오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친박 권력실세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혐의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며 “스스로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정치검찰임을 자백하며 검찰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대표의 비판은 그 자신이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대표는 그가 청와대 핵심 참모로 있던 참여정부에서 성환종 전 회장을 두 번이나 사면 복권했다는 사실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야당과 언론은 야권에 대한 수사를 “물타기 수사”라고 비판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성환종 로비가 여권 실세들에게만 한정되지 않았으며 여야 구분 없는 정치개혁 문제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