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하루 한 번 디젤 ‘국제열차만 운행’
- 전시 운용 디젤 기관차 다섯 대 풀기도
- 겨울철 가뭄으로 대부분 수력발전소 가동 중단
- 일반 가정은 물론 공장 기업소에도 전기 끊겨
- 대중교통․외화벌이․식수 공급도 차질
북한의 전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겨울철만 되면 북한의 전기사정이 더 악화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이번 겨울은 그 정도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소식이 자주 들립니다.
최근에는 전력난 때문에 남포항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로 꼽히는 ‘서해갑문’까지 작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의 겨울철 전력난과 관련해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습니다만, 이밖에도 새로운 소식도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의 전력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을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앞에서 언급했습니다만, 이번 겨울에 북한의 전기 사정이 유난히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했는데요, 전기 사정이 더 안 좋아진 이유부터 먼저 짚어볼까요?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의 전기사정이 올겨울에 유난히 나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북한은 전기생산을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요, 그러다 보니 발전소의 댐에 물이 없으면 전기를 만들 수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비가 적게 오는 겨울철이면 북한의 전기 사정이 늘 좋지 않은데, 이번 겨울에는 가뭄의 정도가 다른 어느 해보다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북한의 가뭄은 지난해 봄부터 농사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로 심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 네, 며칠 전에도 자유아시아방송의 문성휘 기자가 겨울철 가뭄 때문에 농사 준비는 물론 물 공급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가뭄 때문에 전기 부족 사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취재한 내용을 전해주시죠.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대부분 수력 발전소는 거의 가동을 멈췄습니다. 북한에 몇 개 되지 않는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북한 전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러다 보니 일반 가정에는 평양에만 전기를 조금 공급하는 정도이고, 대부분 지방에는 가정용 전기를 전혀 공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최대 수력발전소인 수풍 발전소와 가까이 있는 신의주에도 요즘 전기가 전혀 공급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좀 여유 있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태양열 전등으로 조명 정도는 그럭저럭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의 전력난은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북한 사회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원인이 되고 있는데, 전력난 때문에 평양-신의주 간 철도까지 멈춰 섰다면서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전력난 때문에 가정용 전화나 손전화도 하루에 몇 시간씩 먹통 사태가 빚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북한 열차도 대부분 마비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그나마 북한에서 가장 사정이 좋다는 평양과 신의주 간 열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20시간 이상 걸리기는 했지만, 운행을 아주 멈추지는 않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이마저도 완전히 멈췄다는 소식이 북한 주민 소식통으로부터 전해졌습니다. 오직 디젤 기관차로 하루에 한 번 있는 국제열차만 운행한다고 합니다. 평양과 신의주 간 열차 사정이 이 정도면 다른 노선은 더 말할 것도 없는데요, 그래서 북한당국이 최근에는 “전시 운용 장비”로 준비해 둔 디젤 기관차 다섯 대를 풀기로 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예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 일반 북한 주민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는데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이 아시아프레스의 동영상을 인용해 보도한 것처럼 전력난 때문에 어쩌다 한 번 운행되는 열차를 이용하려는 북한 주민이 몰리면서 역무원들이 막무가내로 이를 통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거든요. 또 북한 주민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김준호 특파원] 열차 운행이 멈추다 보니 일반 주민은 ‘써비차’라고 부르기도 하고, 요금을 외화로 낸다고 해서 ‘달러차’라고도 부르는 자동차만 이용해야 하는데, 이 ‘써비차’도 정기적으로 다니는 것이 아닌 데다 요금도 정해진 것이 없이 부르는 게 값입니다. 또 승객을 정원보다 많이 초과해서 태우기 때문에 안전에도 문제가 많아 이용객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또 전력난은 북한의 외화벌이에도 큰 차질을 빚게 하는데요, 중국에서 어렵게 봉제 일감을 수주해 북한 내부 공장에서 가공하는 임가공 봉제 공장의 사정도 말이 아닙니다. 전기가 없어 수동 재봉기를 돌리다 보니 보니 일의 능률이 오를 리 없고, 일감을 발주한 중국 업체에서는 납기 문제로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나마 군에서 운영하는 일부 큰 공장에서는 기름을 때서 돌리는 발전기를 사용하는 곳이 좀 있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거기에 들어가는 기름값이 만만치 않아 이 방법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 겨울철 가뭄과 전력난 때문에 일반 주민의 식수 공급도 어렵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추가로 관련 소식이 있는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늘 있었던 문제입니다만, 전기가 없으니까 도시 아파트의 위층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하수나 우물을 찾아 물을 길어 생활 식수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안쓰러운 얘기도 들립니다. 형편이 조금 되는 사람 중에는 우물물을 길어 오는 일을 꽃제비에게 시킨다고 하는데요, 그 대가로 어린 꽃제비에게 돈을 조금 주거나 먹을 것을 주기도 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꽃제비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 겨울철 가뭄과 전력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끝으로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발전소의 댐에 물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해 여름철이 돼야 비가 와서 풀리는 문제가 아닐까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요, 그전에 당장 시급한 일이 있습니다. 오는 4월이 되면 모내기 준비를 해야 하는데, 당장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물길을 정비하고 수원지를 찾으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고 평안북도의 주민 소식통이 전해 왔는데요, 수원지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마도 지하수를 찾아내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네. 김준호 특파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북한의 겨울철 전력난 사정, 소식 감사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을 한눈에 보여주는 유명한 사진이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야간에 한반도를 촬영한 사진이 바로 그것인데요, 야간에도 한국 대부분은 불빛으로 대낮같이 환한 반면, 북한은 평양 일부에 작은 점만 보일 뿐 전국이 암흑으로 뒤덮여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이 이 사진은 단순히 전력 사정의 차이만이 아닌 남과 북의 경제력 차이, 나아가 남과 북의 체제가 만든 오늘날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풀이하는데요, 북한은 언제쯤 밤에도 마음껏 불을 켜고 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언제쯤 전기 걱정 없이 한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출 수 있는 때가 올까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출처 자유아시아방송